ANAM Collection by Federico Peri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 일상의 의식을 담다



2025년, 이탈리아의 가구 브랜드 Saba Italia는 디자이너 페데리코 페리(Federico Peri)와의 협업을 통해 ANAM Collection을 선보였습니다. 이 컬렉션은 테이블, 북케이스, 암체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과거와 현재 사이에 매달린 무시간적 공간’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삶을 하나의 의식으로 경험하게 하는 디자인 언어를 제시하며 오늘날 가구가 지닌 새로운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북케이스 – 기억을 수호하는 구조물

북케이스는 마치 무한히 이어지는 계단처럼 위로 상승하며, 구조적 안정성과 시각적 가벼움 사이에서 균형을 찾습니다. 상부의 단단한 프레임은 지속성과 영속성을, 하부의 패브릭 디테일은 친근함과 따뜻함을 상징합니다. 책과 오브제는 이 구조 속에서 단순히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서사의 일부로 존중받습니다. 이는 가구가 단순한 기능적 오브제를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매개체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암체어 – 환대와 내밀함을 동시에 담다

ANAM 암체어는 공기 속에 조각된 듯한 부드럽고 유기적인 형태가 특징입니다. 정면에서는 열려 있는 환대의 제스처를, 후면에서는 살짝 닫힌 선으로 사적인 공간을 지켜내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측면에서는 유려한 곡선을 통해 움직임이 느껴지며, 이는 사용자가 바라보는 각도마다 전혀 다른 인상을 줍니다. 다리 마감은 목재, 패브릭, 또는 회전 가능한 스위블 베이스까지 선택이 가능해 다양한 공간에 맞는 변주를 허용합니다. 암체어는 결국 공적·사적 영역이 공존하는 현대적 생활 방식을 반영하며, Saba Italia가 추구하는 관계성과 유연성의 디자인 철학을 드러냅니다.




테이블 – 모임의 상징적 무대

ANAM 테이블은 고대 신전의 기둥을 연상시키는 다리와 원형성에서 출발합니다. 이는 단단함과 가벼움, 영원성과 순간성이라는 이중적 속성을 동시에 표현합니다. 상판은 사람들을 모으는 장으로서 기능하며, 단순한 식탁이 아니라 공유와 대화의 의례적 무대로 자리 잡습니다. 이는 테이블이 ‘생활의 중심’이라는 오래된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Saba Italia와 페데리코 페리의 협업은 시간성(temporal dimension)과 의례성(rituality)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오늘날 디자인의 본질을 성찰하게 합니다. ANAM의 세 가지 오브제는 각각 독립된 기능을 수행하지만, 동시에 ‘살아간다’는 행위의 미묘한 층위를 드러내며 공간을 경험하는 태도 자체를 바꾸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내면적 삶의 회복과 사적 공간의 재발견은 2025년 디자인 트렌드에서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능적 효율성만을 강조하던 시대를 넘어, 가구는 이제 심리적 안정과 상징적 가치를 함께 전달하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Saba Italia는 이를 단순히 ‘스타일’로 제시하지 않고, 삶의 의식을 담아내는 구조적 장치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가구가 단순한 기능을 넘어 정신적 울림을 제공하는 매개체로 진화하게 만들었습니다. 페데리코 페리는 역사와 동시성을 절묘하게 결합하며, 시간을 초월한 순수한 형태로 이를 시각화했습니다.

Saba Italia는 항상 부드러움, 유연성, 그리고 관계성을 중심에 둔 디자인을 추구해왔습니다. 페데리코 페리의 작업은 역사적 언어와 동시성을 결합해, 단순한 장식이 아닌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순수한 형태를 구현해 왔습니다. 이번 ANAM Collection은 두 철학이 교차하며, 시간을 초월한 삶의 미학이라는 공통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ANAM Collection은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 2025년 디자인 트렌드의 본질을 함축하는 선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구가 더 이상 기능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기억과 관계, 의식과 상징을 담아내는 시대. ANAM은 그 전환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컬렉션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2025년 디자인의 중요한 흐름은 기능성에 정서적·상징적 가치를 더하는 것입니다. ANAM은 이 경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며, 가구가 단순히 ‘쓰이는 물건’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철학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