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lifestyle]공간이 회화가 되는 순간, 조병수의 건축적 사유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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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회화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사유의 궤적이 한 전시를 통해 집약적으로 펼쳐집니다. 조병수 건축가의 개인전 《공간이 ‘繪’화가 될 때(When Space Becomes Painting)》가 오는 5월 16일부터 6월 20일까지 개최되며, 공간을 바라보는 그의 근원적 시선과 조형 언어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이번 전시는 건축을 단순한 물리적 구조가 아닌, 감각과 인식의 층위에서 확장된 ‘사유의 형식’으로 접근해온 조병수의 작업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특히 ‘회화(繪畵)’라는 매체를 통해 건축 이전과 이후의 사유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전시 제목은 1969년 하랄트 제만이 기획한 《태도가 형식이 될 때》에서 개념적 영감을 차용하며, ‘태도’와 ‘형식’의 관계를 ‘공간’과 ‘회화’로 치환해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합니다.

조병수는 1994년 BCHO Partners를 설립한 이후,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온 대표적 건축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자연, 땅, 바람과 같은 비가시적 요소를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아 절제된 조형미를 구현해온 그의 작업은, 감각적이면서도 물질적인 긴장감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천안글로벌러닝센터, 사우스케이프, 지평 게스트하우스 등 주요 프로젝트에서 드러나는 ‘세련되면서도 거친 감각’은 이러한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그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회화 작업입니다. 조병수는 한국 전통 도자기인 ‘막사발’에서 영감을 받아 ‘막(mahk)’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는 의도된 완결성보다는 우연성과 자발성을 중시하는 태도로, 회화와 건축 모두에 일관되게 적용됩니다. 그의 회화는 캔버스와 한지 위에 자유로운 붓질로 구현되며, 형태 이전의 움직임과 에너지를 포착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건축에서 경험의 순간을 설계하는 그의 접근과 긴밀히 맞닿아 있습니다.

전시에는 회화 작품뿐 아니라 목재 구조 실험 작업, 초기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이 함께 소개됩니다. 이는 건축가로서의 결과물이 아닌, 그 이전 단계의 사유와 실험을 드러내며 ‘공간이 어떻게 생성되는가’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이번 전시는 건축과 예술, 물질과 감각, 계획과 우연 사이를 가로지르는 조병수의 통합적 시선을 조망하는 자리라 할 수 있습니다.

공간을 설계하는 행위가 하나의 회화적 제스처로 확장되는 순간, 우리는 건축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전환의 가능성을 섬세하게 제시하며, 동시대 공간 디자인 담론에 새로운 좌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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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oung Cho. Marking 2, 2024. Stone pigment with binder on canvas, 97 x 130 cm8373ca49d83c5.jpg

Byoung Cho. Mahk (soil_red) 1, 2026. Stone pigment, earth pigment and gamboge on canvas, 130 × 97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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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oung Cho. Forest (soil) 10, 2024. Stone pigment with binder on canvas, 97 x 130 cm04c0d3fc048ed.jpg

Byoung Cho. Mass Study 6, 2025. CLT Wood, 44 (w) x 24 (d) x 22.8 (h) cm, Edition of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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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oung Cho. Forest, 2025. Installation view, Barocco e Neobarocco Festival, Ragusa Ibla, Sicily, Italy, 2025, Photo_Sergio Pirr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