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새로운 스카이라인, 현대차 GBC가 다시 설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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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C 조감도 [서울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조성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개발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현대차그룹과의 추가협상을 마무리하고, 기존 초고층 단일 타워 중심의 계획을 보다 개방적이고 복합적인 도시 구조로 재편하는 방향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번 변경안은 단순한 업무시설 개발을 넘어, 서울의 도시 경험을 새롭게 구성할 공공적 공간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 계획이 105층 단일 타워를 중심으로 한 상징적 랜드마크에 가까웠다면, 새롭게 조정된 GBC는 약 242m 높이의 49층급 타워 3개 동으로 구성됩니다. 서울시가 앞서 접수한 변경제안서에는 54층 3개 동으로 제시됐으나, 추가협상 이후 최종 조정안은 49층 3개 동을 중심으로 정리됐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높이를 낮춘 조정이 아니라, 도시와 건축의 관계를 보다 수평적이고 개방적으로 재구성한 결과로 읽힙니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전면에 배치됐다는 점입니다. 영동대로변 전면부에는 전시장과 공연장 등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며, 저층부 옥상에는 약 15,000㎡ 규모의 대형 정원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이는 대규모 복합개발에서 흔히 후면화되거나 내부화되기 쉬운 문화·휴식 기능을 거리와 직접 연결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도시를 향해 닫힌 오피스 단지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 동선과 자연스럽게 맞닿는 열린 공간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전시장과 공연장의 구성은 이 프로젝트를 단순한 상업 복합시설 이상으로 확장시키는 요소입니다. 서울시는 전시장에 기초과학 중심의 체험형 콘텐츠와 전시·회의 기능을 함께 담고, 약 1,800석 규모의 공연장은 클래식,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업무와 숙박, 판매시설 중심의 개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시 문화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공간적 경험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 공간도 눈에 띕니다. 각 타워 최상층부에는 시민들이 서울의 도심과 한강, 탄천, 강남 일대를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 공간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여기에 지상에서 곧바로 연결되는 직통 엘리베이터와 식음·휴게 기능이 더해지며, 이곳은 단순한 조망 시설이 아니라 ‘도시를 감상하는 공공 라운지’에 가까운 성격을 갖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초고층 건축이 특정 사용자만을 위한 상징물이 아니라, 도시를 함께 경험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최근의 공간 기획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조경과 오픈스페이스 전략 역시 이번 GBC의 핵심입니다. 단지 중앙에는 약 14,000㎡ 규모의 대형 ‘도심숲’이 조성되며, 영동대로 상부 광장까지 더하면 서울광장의 약 두 배에 달하는 녹지 공간이 확보됩니다. 이는 단지 내부의 조경을 넘어, 강남 도심 한복판에 새로운 도시적 휴식 밀도를 형성하는 장치로 기능할 전망입니다. 업무·상업·문화시설이 집약된 초대형 개발에서 녹지와 보행 환경을 중심 가치로 끌어올렸다는 점은, 향후 서울 도심 복합개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지하 공간의 계획도 흥미롭습니다. 도심숲 하부에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와 연계되는 소비·문화공간 ‘그레이트 코트(Great Court)’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연결 통로를 넘어, 교통과 상업, 문화 체험이 교차하는 새로운 도시 내부 공간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복합개발이 지상부의 조형성뿐 아니라, 지하와 보행 네트워크를 얼마나 정교하게 조직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완성도가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향후 실제 구현 방식이 더욱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이번 협상의 또 다른 핵심은 공공기여 확대입니다.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은 총 공공기여 규모를 약 1조 9,827억 원으로 증액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도로 개선, 한강·탄천 수변공간 조성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의 핵심 인프라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다시 말해 이번 GBC는 하나의 건축 프로젝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삼성동과 잠실, 탄천, 한강을 잇는 더 큰 도시 구조 안에서 작동하는 개발 축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가구와 공간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번 프로젝트는 흥미로운 함의를 지닙니다. 업무, 숙박, 문화, 휴식, 이동의 기능이 하나의 거대한 구조 안에서 통합될수록, 내부 공간은 더 이상 단순한 실내가 아니라 ‘다층적 라이프스타일 환경’으로 설계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로비, 라운지, 전시장, 전망공간, 옥상정원, 상업공간, 공용 휴게영역 등 각각의 장소는 서로 다른 체류 리듬과 사용 경험을 요구하게 되며, 그만큼 가구와 인테리어, 소재, 조명, 동선 설계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집니다.

결국 이번 GBC 변경안은 더 높고 더 거대한 건축을 향한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더 열려 있고 더 체류하고 싶은 도시 공간을 지향하는 흐름으로 읽힙니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역시, 이제는 스카이라인보다 ‘사람이 머무는 방식’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GBC가 완공 이후 실제로 어떤 공간 경험을 구현하게 될지, 그리고 이 거대한 복합개발이 서울의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주목해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