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조레 호수의 ‘카스텔리 디 칸네로’, 역사와 기술로 다시 태어나다




오는 6월 28일, 이탈리아 북부 마조레 호수(Lago Maggiore) 위의 두 개의 암석섬 위에 자리한 중세 요새 카스텔리 디 칸네로(Castelli di Cannero)가 처음으로 대중에게 문을 엽니다. 15세기에 건축되어 500년 가까이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이곳은, 보로메오 가문(Borromeo Family)의 오랜 보존·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고유의 역사성과 공간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새로운 멀티미디어 박물관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번 복원은 단순한 재건이 아닌, 과거의 시간과 흔적을 온전히 현재에 이식하는 시도였습니다. 토리노의 Studio Simonetti Architettura가 총괄한 이 프로젝트는 원형 보존을 최우선으로 하여, 기존 구조물에 인위적인 재구성을 피하고, 고유의 흔적과 재료를 바탕으로 건축적 정체성을 유지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요새를 다시 살아 숨 쉬는 장소로 되돌리고자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 복귀한 문화공간입니다.”
— 비탈리아노 보로메오(Vitaliano Borromeo), SAG 회장

수년에 걸친 고고학 조사, 구조 분석, 역사 아카이브 작업을 거쳐, 요새는 ‘스스로를 전시하는 박물관’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이 요새는, 이제 방문자들에게 몰입형 전시, 증강현실, 오디오 가이드, 게임형 인터랙티브 체험 등을 통해 과거의 전투와 이야기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카스텔리 디 칸네로는 단순한 복원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프로젝트에는 약 1,500만 유로가 투입되었으며, 이탈리아 문화유산부 및 인테사 산파올로(Intesa Sanpaolo)의 지원도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방문자는 보트로 요새에 입장하게 되며, 본래의 순찰로를 따라 실외에서 대부분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일부 내부 공간에는 역사적 전시와 지역 문화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새롭게 구축된 북샵과 시설물은 15세기 공성전 당시 사용된 임시 목재 구조물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으며, 기존 석조 재질과 조화를 이루는 낙엽송 마감으로 마감되었습니다. 이는 고유의 역사성과 현대적 기능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디자인 접근이었습니다.

“호수의 파노라마와 맞닿은 이 요새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시간과 이야기가 층층이 쌓인 장소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 문을 다시 엽니다.”
— 마리나 보로메오(Marina Borromeo), Terre Borromeo 특별 프로젝트 책임자







카스텔리 디 칸네로는 이제 Terre Borromeo 문화 관광 루트의 일환으로 정식 등록되었으며, 이 루트에는 이미 이졸라 벨라(Isola Bella), 이졸라 마드레(Isola Madre), 로카 디 안제라(Rocca di Angera), 팔라비치노 공원(Parco Pallavicino), 모타로네 공원(Parco del Mottarone)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보로메오 가문이 관리하는 문화유산들은 각각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유기적인 문화 네트워크로 연결되며, 이탈리아 북부의 문화적 풍경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하고 있습니다.  마조레 호수 위, 두 개의 섬에 우뚝 솟은 이 고요한 요새는 이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방문자들에게 시간을 건너는 경험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역사, 건축, 자연, 그리고 기술이 어우러진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시간을 입은 예술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