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SEAS FAIRS]3 Days of Design 2026, '지금 이 순간'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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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This Moment Matter' —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

2013년 단 4개 브랜드가 참여한 소규모 페스티벌로 출발해 이제 400개 이상의 참가사를 자랑하는 코펜하겐의 3 Days of Design이 올해도 어김없이 도시 전체를 디자인의 무대로 물들였습니다. 2026년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펼쳐진 이번 행사의 테마는 'Make This Moment Matter(지금 이 순간을 의미 있게)'로, 디자인의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는 대신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3 Days of Design CEO 시네 비르달 테렌치아니(Signe Byrdal Terenziani)는 이 테마를 "더 많음(more)에서 더 의미 있음(meaningful)으로의 집단적 재조정"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과잉된 볼거리와 상업적 소음에서 벗어나, 코펜하겐 특유의 절제된 감각으로 디자인 본연의 가치를 되묻는 이 행사는 올해도 전 세계 디자인 애호가들의 발걸음을 북유럽으로 이끌었습니다. 60,000명 이상의 전문가와 디자인 애호가가 코펜하겐을 찾았으며, 460개 이상의 브랜드가 도시 곳곳의 특별한 공간들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펼쳐놓았습니다.


버너 판톤 탄생 100주년 — 도시를 수놓은 컬러의 향연

올해 행사에서 가장 뜨거운 헌사를 받은 이름은 단연 버너 판톤(Verner Panton)이었습니다. 덴마크 디자인 박물관은 '판톤과 함께 사는 삶(Living with Verner Panton)'이라는 제목의 연속 공간을 선보이며, 그의 작품이 다양한 인테리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했습니다. &Tradition은 판톤의 전설적인 플라워팟 램프(Flowerpot Lamp)를 재해석하는 전시를 마련하며 탄생 100주년을 기념했습니다. 플라워팟의 구성 요소들을 해체하고 재조합한 이 설치물은 판톤이 생전에 구상했으나 끝내 실현되지 못했던 배치 방식을 처음으로 구현한 것이어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녔습니다.


아카이브의 귀환 — 시간을 초월한 디자인의 증명

이번 행사에서 두드러진 흐름 중 하나는 역사적 유산을 현재의 감각으로 재소환하는 작업들이었습니다. 로열 코펜하겐(Royal Copenhagen)은 1976년 덴마크 예술가 아르예 그리그스트(Arje Griegst)가 디자인한 조개 형태의 도자 컬렉션 '트리톤(Triton)'을 재출시했습니다. 한때 생산이 중단되어 수집가들의 소장품이 되었던 이 시리즈는, 그리그스트의 아들 노암(Noam)과의 협업을 통해 오리지널 로즈 색상에 세 가지 새로운 컬러웨이를 더하며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사운드, 향, 착시가 어우러지는 미래적인 연출과 함께 플래그십 쇼룸에서 선보인 이 전시는 행사 기간 내내 가장 높은 관심을 모은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습니다.

카를 한센 & 손(Carl Hansen & Søn)은 쇼룸에서 서로 다른 시대를 아우르는 네 가지 신제품을 공개했습니다. 그중 1950년대 말 레바논에서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파브리치우스 & 카스트홀름(Fabricius & Kastholm)의 '시미터 체어(Scimitar Chair)'와, 종이 등불에서 착안한 직물 소재 셰이드를 갖춘 외빈 슬라토(Øivind Slaatto)의 '베고냐 펜던트(Begonya Pendant)'가 특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탈리아의 장인정신이 코펜하겐을 만나다

체코 조명 브랜드 봄마(Bomma)는 코펜하겐의 새롭게 복원된 궁정극장(Court Theatre) 내부에 '빛의 파편들(Fragments of Light)'이라는 몰입형 설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업사이클된 크리스탈 파편을 마스터 유리 커터들이 보석처럼 정교하게 다듬어 만든 'Fragments' 컬렉션과, 포터블 'OLLO' 램프의 특별 전시, 그리고 라이브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이 전시는 서큘러 디자인과 장인 정신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Make This Moment Matter'의 감각적 해석들

일상의 순간에 주목하는 올해의 테마는 각 브랜드의 전시 방식에도 깊이 반영되었습니다. 소파 브랜드 아일러센(Eilersen)은 다섯 개의 정성스럽게 레이어드된 룸으로 구성된 'Eilersen House' 전시를 통해 냉철한 미니멀리즘에서 벗어나 '아늑한 코쿠닝(cozy cocooning)'의 따뜻함으로 향하는 트렌드의 전환을 실감 나게 구현했습니다. 신작 스누즈 슬리퍼 소파와 빈 소파가 중심을 이루는 각 공간은 방문객을 위한 사적인 안식처처럼 느껴졌습니다. wallpaper

스칸디나비아 벽난로 액세서리 브랜드 엘드바름(Eldvarm)은 'I, Belong'이라는 소박하고 따뜻한 전시를 통해 인류가 50만 년간 불가에 모여 나눈 이야기와 식사, 그리고 소속감의 기억이 우리의 신경계와 행동 양식에 어떻게 새겨졌는지를 탐구했습니다.

스웨덴 침구 브랜드 마그니베르그(Magniberg)는 빈티지 도서에서 추출한 들꽃 일러스트레이션을 스캔하고 재배열한 새로운 '마담 베딩(Madams Bedding)' 컬렉션을 프레데리치아가데의 코펜하겐 신규 거점에서 공개했습니다.


동서 문화의 교차 — 일본과 덴마크의 조우

올해 3 Days of Design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축은 일본 디자인과의 대화였습니다. Wallpaper*의 일본 에디터 옌스 H. 옌센(Jens H. Jensen)이 기획한 'Japanmade Vol. I'은 덴마크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일본 디자인의 정수를 선보이며 동서양의 미감이 어떻게 공명할 수 있는지를 탁월하게 증명했습니다. Other Circle에는 1970년 다케시 니이(Takeshi Nii)가 설계한 일본의 폴딩 체어 'Nychair X'가 등장해 절제된 기능미의 시대를 초월한 완성도를 다시금 확인시켰으며, 일본 가나기와현 타지미시의 세라믹 타일 브랜드 타지미 커스텀 타일(Tajimi Custom Tiles)은 그래픽적으로 인상적인 타일 작업들로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소재의 미래를 묻다 — 순환 경제와 공예의 접점

우크라이나 하우스(Ukraine House)에서 열린 그룹 전시 'Material Matters'는 미셀리움, 올리브 씨, 건설 폐기물, 재활용 가죽 등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표면 실험들을 통해 소재의 미래를 탐색했습니다. 호주 디자이너 제시 프렌치(Jessie French)의 스튜디오 Other Matter는 폐기된 비닐 소재와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를 숯과 혼합해 가죽과 유사한 소재 'Other Matter Leather'로 재가공하는 공정을 선보이며, 소재 순환의 실질적인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Tarkett는 영국 디자이너 윙카 일로리(Yinka Ilori MBE)를 포함한 세 명의 크리에이터에게 자사의 카펫, 비닐, 리놀륨 소재를 '완성된 바닥재'가 아닌 '순환 여정의 출발점'으로 제안하는 사이트 스페시픽 설치 작업을 의뢰했습니다. 색채로 가득 찬 레인보우 룸부터 그래픽 리놀륨 인타르시아, 소재를 깊은 블랙으로 드리운 좌석 공간까지, 세 가지 전혀 다른 해석이 나란히 공존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남긴 것들

뮤토(Muuto)는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에서 이번 디자인 콘테스트 수상작인 서울 출신의 디자이너 Kihyun Kim의 'A Piece of Seating'을 소개하며, 북유럽 브랜드가 국경을 초월한 재능과 어떻게 연대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스페인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은 세인트 레오의 집(House of St. Leo)에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 라켈(Raquel)과의 기억을 담은 자전적 전시 'What Are You Doing?'을 열었습니다. 손으로 직접 주석을 달아 놓은 오브제들, 어머니가 직접 컬러를 골랐다는 프리츠 한센의 체어, 어린 시절의 사진들 — 디자인과 삶의 경계가 가장 솔직하게 허물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더 많음에서 더 의미 있음으로"라는 선언은 이번 3 Days of Design 2026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었습니다. 브랜드들은 신제품을 단순히 전시하는 대신, 그것이 어떤 삶의 방식을 지지하는지, 어떤 기억과 연결되는지, 어떤 미래를 지향하는지를 공간 전체로 이야기했습니다. 도시의 속도를 늦추고, 자전거를 타고, 카날 옆 테라스에서 맥주를 기울이며 디자인을 음미하는 코펜하겐만의 방식 — 그것이 바로 3 Days of Design이 매년 세계 디자인 캘린더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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