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design festival]남겨진 빛, 런던의 시간과 공간을 잇다, 리 브룸의 ‘Bea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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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Broom at Beacon, on the South Bank, Photography: Luke Hayesb76424976a5f4.jpeg

LDF25 Landmark Project_Lee-Broom-Beacon-2025-369_credit Luke Hayes



런던 사우스뱅크의 입구, 로열 페스티벌 홀 앞에 세워진 검은 철제 기둥들이 마치 별자리처럼 모여 있습니다. 그 위를 수놓은 유리 갓은 어둠 속에서 빛을 머금어 도시를 비추며, 낮에는 차가운 콘크리트 구조물의 선을 부드럽게 감싸 안습니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2025의 랜드마크 프로젝트, 리 브룸(Lee Broom)의 ‘Beacon’은 도시와 역사, 그리고 빛의 본질을 사유하는 설치 작품입니다. 브룸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설치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2007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18년 만에 같은 무대에 대규모 랜드마크 작업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는 하나의 귀환이자,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작품은 1951년 브리튼 페스티벌에서 로열 페스티벌 홀이 ‘변화의 등대(beacon of change)’로 선포되었던 순간을 재해석하며, 도시의 역사적 맥락을 오늘날에 다시 불러왔습니다.


빛과 구조, 시대를 관통하는 대화

‘Beacon’은 빛의 조형미와 구조적 긴장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조지 불리아미(George Vulliamy)가 템스 강변에 설치한 가로등에서 모티프를 가져오되, 이를 조각난 샹들리에 조각처럼 재구성했습니다. 유리 갓의 텍스처는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 콘크리트 벽의 발트산 소나무 각인에서 영감을 받아, 사우스뱅크 건축군의 물성을 반향합니다. 브룸은 과거를 단순히 복제하지 않고,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작품에 시간적 깊이를 부여했습니다. 그는 “무언가를 영속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를 이해해야 한다”며, 고전성과 모더니즘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으려 했다고 설명합니다.


지속가능한 조형물, 남겨지는 빛

이번 설치의 핵심에는 지속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리 갓은 체코 유리 장인 브랜드 브로키스(Brokis)의 작업장에서 나온 파편을 업사이클링해 제작되었으며, 모든 구조는 분해 가능하게 설계되었습니다. 페스티벌 이후에도 조명들은 독립된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하거나, 공공 공간의 샹들리에, 혹은 사우스뱅크의 일부로 재삽입될 예정입니다. 판매 수익의 일부는 자선 단체에 기부되어, 프로젝트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가치를 지닙니다. 브룸은 “사람들이 ‘Beacon’의 일부를 집으로 가져갔으면 한다”며, 작품이 페스티벌을 넘어 도시 속 새로운 맥락에서 이어지기를 기대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전시가 아닌, 도시와 시민의 삶에 스며드는 디자인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도시와 사람을 위한 빛의 서사

낮 동안 ‘Beacon’은 사우스뱅크 센터의 선과 면을 강조하는 구조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그러나 밤이 되면, 그것은 공동체의 모닥불처럼 광장을 물들이며, 브리지와 강둑에서도 그 빛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 정각, 작품은 은은한 맥동에서 시작해 점차 웅장한 빛의 안무로 확장되며, 템스 강 건너 빅벤의 종소리와 호응합니다. 브룸은 빛의 명상적 힘을 강조합니다. “불꽃이나 석양을 바라볼 때처럼, 빛은 사람을 멈춰 세우고 사색에 잠기게 합니다. ‘Beacon’ 앞에서는 특별한 생각이 없어도 좋습니다. 단지 그 순간, 빛과 함께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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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con’은 런던의 건축과 기억, 지속가능성과 새로운 기술, 그리고 사람들의 경험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그것은 사우스뱅크의 풍경에 뿌리내리면서도, 빛을 통해 미래적 가능성을 여는 도시적 제의(祭儀)입니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기간 동안 시민과 방문객을 맞이한 이 작품은, 이후 사우스뱅크의 윈터 라이트 페스티벌에서도 그 빛을 이어가며, 도시가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방식을 증언할 것입니다. 결국 ‘Beacon’은 단순한 조명 설치물이 아니라, 런던이라는 도시가 지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대화를 비추는 하나의 신호이자, 빛으로 남겨진 기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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