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son&Objet]해리 누리예프, 2026 메종&오브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

Harry Nuriev - 032C Store à Berlin - ©Alejandro Arretureta.

Harry Nuriev - ©Daniel Roché

과거와 미래를 잇는 ‘트랜스포미즘(Transformism)’의 미학

세계적인 디자인 박람회 메종&오브제(Maison&Objet)가 2026년 1월 개최되는 파리 전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Designer of the Year)’로 해리 누리예프(Harry Nuriev)를 선정했습니다.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예술, 건축, 패션, 가구 디자인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비전을 통해 현대 디자인의 새로운 감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의 메종&오브제 주제는 ‘과거가 미래를 밝힌다(Past Reveals Future)’입니다. 누리예프는 이를 자신의 철학인 ‘트랜스포미즘(Transformism)’으로 해석합니다. 그는 “새로운 것을 발명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변형함으로써 진정한 창조성을 발견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사유는 그가 구축해온 디자인 세계 전반을 관통하며, 버려진 사물의 재해석과 기술을 통한 감성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1984년 러시아 스타브로폴에서 태어난 해리 누리예프는 모스크바 건축대학(Moscow Institute of Architecture)을 졸업한 후, 2014년 뉴욕에서 자신의 스튜디오 크로스비 스튜디오(Crosby Studios)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파리에 두 번째 스튜디오를 오픈하며 활동 영역을 유럽으로 확장하였고, 발렌시아가(Balenciaga), 구찌(Gucci), H&M, 바카라(Baccarat), 루브르(Louvre) 등 세계적인 브랜드 및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예술과 상업, 전통과 현대를 유연하게 잇는 디자인 언어를 선보여 왔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의 ‘메모라빌리아(Memorabilia)’ 컬렉션은 고전 조각과 회화를 은빛 기념품으로 재해석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또한 모빌리에 내셔널(Mobilier National)과의 협업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17세기 왕실 태피스트리의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며, 전통과 기술의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누리예프의 작품은 단순한 오브젝트 디자인을 넘어, ‘감각의 재구성’을 통해 현실과 아름다움의 경계를 탐구합니다. 그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완벽한 형태보다 현실에 대한 진실한 감응 속에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2025년 파리갤러리 술타나(Galerie Sultana)에서 선보인 전시 ‘Window Shopping’에서는 버려진 뷰티 제품을 미니어처 조각으로 변환시켜, 소비 사회의 잔여물 속에서 새로운 욕망의 미학을 제시했습니다.

다가오는 2026년 1월, 메종&오브제에서 공개될 그의 새로운 설치 작업은 ‘가구’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사유하는 장이 될 예정입니다. 일상의 사물이 시대의 상징이자 예술적 수집품으로 전환되는 공간 속에서, 관람객들은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새로운 경험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누리예프는 “이제 디자인은 감각과 공감의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저는 주변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잊혀진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전합니다. ‘올해의 디자이너’로서 그가 제시할 디자인의 언어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지속과 전환의 시대를 향한 감성적 선언이 될 것입니다.